
사진. 배추 근부병 발생포장과 확대 사진
경제가 발달함에 따라 농업도 노동집약형에서 농약, 비료, 연료, 기계, 시설 등의 자재를 대량 투입하는 자본집약형으로 급속히 전환되어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였다.
특히 채소생산의 경우 이러한 과정에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여 이제는 순(旬)이라는 말을 잊어버릴 정도로 연중 신선한 생산물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급 발전한 채소생산은 토양병해충의 발생에 따른 연작장해, 농약 내성균 혹은 저항성 해충의 출현, 토양 이화학성의 열화에 의한 지력저하, 생산비상승에 따른 경영악화, 자재 대량투입에 의한 찰라적 작물관리 등등의 여파라고도 할 수 있는 문제들이 속속 발생하여 이대로 가면 자손 대대로 이어온 채소생산의 승계가 위협받을 상태로 되어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문제 중에서 특히 토양병해는 개개 농민의 경영을 불안하게 할뿐만 아니라 산지의 존속조차 위협하고 있어 채소생산에 대한 최대의 위협이라 고도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채소에 토양병해를 일으키는 병원균의 성상, 토양병해를 일으키는 얼게(메카니즘)와 방제법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사진. 현재 채소생산기술은 계절을 앚을 정도로 주년재배가 가능하나 한편으로는 토양병해가 위기에 달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가. 토양병해란 어떤 병인가?
토양병해 또는 토양전염성병해란 토양 속에 서식하는 병원균에 의하여 작물의 지하부가 감염되고 병원균에 따라서는 지상부의 경엽까지 감염되는 병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병세가 진전됨에 따라 작물의 생육에 이상이 생기고 결국 고사하게 된다. 여기서는 토양속에 서식한다는 조건에 구애됨 없이 병원균이 토양을 매개로 하여 전염하는 병들을 폭넓게 다루고자 한다.
나. 토양미생물과 토양병원균
잘 관리된 미세한 토양 1g중에는 보통 수백만에서 수천만 마리의 방사상균, 수만에서 수십만 마리의 사상균(곰팡이), 원생동물, 이끼류, 선충 등 토양미생물이 살고 있다. 그 대부분은 토양 속에서 동식물의 시체(유기물)를 분해하여 무기물로 변화시켜 작물에 영양을 공급하거나 거꾸로 무기물을 기초로 미생물 스스로를 합성하거나 물질의 산화, 환원에 관여하는 등 자연계의 물질순환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토양미생물은 사람뿐만 아니라 지상의 모든 동식물에게 필요 불가결한 생물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토양미생물 중에는 작물의 뿌리에 기생하여 뿌리를 썩게 하거나 혹을 만들어 붙이거나 뿌리와 도관을 통해 지상부의 경엽까지 침입하여 발육불량, 시들음, 황화 등의 병해를 일으키고 끝내는 고사시켜버리는 골치 아픈 성질을 가진 것들도 있다. 이와 같이 작물에 기생하여 병을 일으키는 성질을 가진 토양미생물에 의해 발생한 병해가 토양병해인 것이다(그림 1).
그림 1. 토양병해의 피해 양상

다. 토양병원균의 종류와 성상
작물에 기생하면서 병해를 일으키는 토양미생물, 즉 토양병원균에는 실로 다양한 성상을 가진 것들이 있는데 병원균이 동일한 종류일 경우 공통점이 많고 그 때문에 방제대책에도 공통점이 많다. 병원균의 형태는 증상과 함께 어떤 병원균에 의한 것인가를 진단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또한 성상은 구체적으로 방제대책을 세우는데 중요한 참고가 된다. 병원균의 성상의 차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점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표 1. 주요채소의 토양병원균의 내구생존 기관(감염원)과 생존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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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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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구생존기관(감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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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기간(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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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작기간(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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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혹병균 역병균 피슘균 아파노미세스균 라이족토니아균 백견병균 퓨자리움균 버티실리움균 균핵병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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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면포자(유주자) 난포자(유주자).후막포자(유주자) 난포자(유주자).포자(유주자) 난포자(유주자) 균핵.후막화세포 균핵 후막포자 균핵 균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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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8 5< 5< 5< 5< 5~15 5~1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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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2~5 2~3 2~3 2~3 2~3 4~6 5~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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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토양중의 병원균의 생식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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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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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적역(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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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한계(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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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견병균 역병균 뿌리혹병균 피슘균 라이족토니아균 퓨자리움균 버티실리움균 자문우병균 백문우병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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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0~5 0~5 0~10 0~15 0~25 0~25 0~40 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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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5 20 20 20 40 40 50 50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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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한계에서 균간의 차가 심한 것은 조사한 토양의 성질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사진.배추산지의 공중사진(Y:황화병,C:뿌리혹병,숫자는 발생정도) 사진.토마토 근부위축병의 발생포장
1. 생활양식
토양병원균에는 식물의 뿌리에 대한 의존성과 토양의 유기물, 즉 동식물의 시체를 이용하는 부생능력(腐生能力)을 달리하는 것이 있다.
전자의 성질이 강한 것을 근계서식균이라고 하며 십자화과 작물의 뿌리혹병균, 감자의 분산창가병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병원균은 토양속에서 유기물을 이용하여 증식하는 능력이 전혀 없고 전적으로 숙주근에 기생하여 생활하는 절대기생균이다.
후자의 성질, 즉 분해자로서의 성질을 가진 것을 토양기생균이라고 하며 파이톱토라균(역병균), 피시움균, 아파노미세스균, 라이족토니아균, 자문우(紫紋羽)병균, 백문우병균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다른 토양미생물과의 경쟁에서 이겨 유기물을 이용하는 능력과 식물 뿌리에 대한 강력한 기생능력을 겸비하고 있다. 퓨자리움균, 버티실리움균, 세파로스포리움균 등 도관병원균은 부생능력이 약한 반면 뿌리에 대한 의존성이 강하다.
자연적으로 노쇠하거나 어떤 종류의 스트레스로 인해 저항력이 떨어진 식물의 뿌리나 신선한 식물의 사체에 한발 앞서 부착하여 다른 미생물이 이들 유기물에 번식할 때까지 짧은 기간동안 부생생활을 한다. 이 균류는 기생력이 강해 뿌리를 통해 침입하여 도관 내에서, 종류에 따라서는 유조직 내에서도 급속하게 번식할 수 있다.
그림 2. 토양병원균의 생활양식

2. 숙주범위
병원균의 성상을 알려면 그 생활양식과 더불어 숙주범위, 즉 어떤 종류의 작물을 침해할 수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병원균의 종류에 따라 숙주범위가 매우 광범위한 것과 극히 한정된 것이 있다. 퓨자리움균 중에 도관병을 일으키는 퓨자리움 옥시스포룸은 작물별로 감염되는 균이 한정되어 있어 숙주범위가 극히 좁아 각각 분화형의 이름이 부여되어 있다.
그러나 같은 도관병을 일으키는 균이지만 버티실리움 달리에는 퓨자리움과는 정반대로 대단히 많은 작물을 침범하는 균으로서 숙주범위가 극히 광범위하다. 십자화과 작물의 뿌리혹병균(Plasmodiophora brassicae)은 배추, 양배추, 순무, 기타 각종 푸성귀에 기생하며 숙주범위는 비교적 좁다. 숙주범위는 윤작체계 수립과 저항성품종의 육성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3. 내구생존과 감염
공기전염성인 지상부 병해의 경우 병원균의<감염 - 증식 - 발병 - 분산 - 감염>의 사이클이 짧은 주기로 반복되기 때문에 환경조건이 적합하고 또 숙주작물의 감수성이 높을 경우 극소량의 전염원이라도 작물의 단 한번의 재배기간 동안 방대한 병원균이 재생산되어 큰 피해가 발생한다.
이에 비하면 토양병해의 병원균의 한 작기 내의 증식 정도는 훨씬 낮다. 이를 저금에 비유하면 공기전염병은 복리병이고 토양전염병은 단리(單利)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토양병원균은 한 작기동안의 증식율이 낮은 대신에 숙주가 없는 동안 토양속에서 장기간 생존하는데 적합한 내구생존기관을 형성하므로 생존기간이 대단히 길고 같은 포장에서 항상 마치 풍토병처럼 계속 발생하게 된다. 대부분의 토양병원균은 병에 걸린 작물이 생존하는 동안 혹은 고사 후 그 작물의 체내 혹은 체표면에서 각 병원균 특유의 내구생존기관을 만들어 죽고 난 후에 그 잔류물과 함께 토양속에서 살아간다. 대다수의 균의 경우 내구생존기관이 바로 감염원이며 직접 발아하여 숙주를 침해하지만, 그 중에는 내구생존기관에서 새로운 감염원이 만들어 침해하는 것도 적지 않다(표 1). 내구생존기관은 모두가 체내에 농축된 영양을 가지고 있고 두꺼운 세포막으로 덮여져 있다. 또한 그 막에는 멜라닌이 침착(沈着)되어 있거나 수많은 세포가 모여있어 토양 속의 불량환경과 다른 토양미생물의 공격에 견딜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런 구조 덕분에 토양병원균은 포장에 숙주작물이 없어도 몇 년에서 수 십년이라는 오랜 기간 살아남을 수 있다(표 1).
4. 서식과 활동의 범위
토양 수분의 다소, 경운의 방법과 정도, 유기물의 함량 등 토양조건에 따라 상당 수준 변하기는 하지만 토양 병원균은 종류에 따라 토양 속에서 소식할 수 있는 범위, 활동에 적합한 범위가 거의 결정되어 있다(표 2).
라. 토양병해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병이 발생하지 않게 예방하거나 어쩔 수 없이 발병해버린 경우 병을 치료하려면 먼저 병이 발생하는 메카니즘(얼게)을 잘 알아두어야 한다. 토양 병해뿐만 아니고 일반적으로 병은 병에 걸리는 체질을 가진 숙주(식물/동물/사람. 이를 소인(素因)이라고 하며 소인이 선천적인 경우는 종족소인, 후천적인 경우는 개체소인이라 한다)와 이를 침해하는 병원(이를 주인(主因)이라고 한다)이 있다고 라며 무조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발병하려면 반드시 병의 발생에 필요한 환경조건(이를 유인(유인)이라고 한다)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림 3 은 이 관계를 모식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발병에 관련되는 3개의 요인을 각각 원으로 표시하고 3개의 원이 겹쳐질 때 발병하고 그 겹친 부분의 면적이 병의 피해정도를 나타낸다. 그러나 두개의 원이 겹쳐진 부분, 즉 두 요인의 관여로는 발병하지 않음을 나타내고 있다. 병은 주인과 소인을 나타내는 두 원의 쌍방 혹은 일방이 커지든가 유인과 소인의 쌍방 혹은 어느 일방에 유리하게 작용할 경우 3개의 원이 겹쳐지는 부분이 커진다. 말하자면 병이 심하게 발생하게 된다.
그림 3. 병기 발생의 메카니즘

토양병해의 경우 발병에 관여하는 3개의 요인에 따라 병해의 정도는 병원(主因)과 작물의 감수성(素因) 그리고 양자를 둘러싼 환경(유인)이라는 3개의 변수를 가진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다.
소인과 주인은 모두 환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한마디로 환경이라고 해도 그것은 기상, 지형, 토양과 같은 자연환경과 그런 환경 속에서 이뤄지는 채소재배에 따르는 작부체계, 농약, 농기구, 비료 등 재배조건에서부터 노동력, 재배면적, 의욕, 시장성, 입지 등과 같은 사회, 경제적 조전에 이르기까지 극히 다양한 요인이 상호 그리고 복잡하게 얽기고 설키면서 병원(主因)과 숙주(素因) 쌍방에 영향을 끼친다. 바꿔 말하면 토양병해의 피해는 토양병원균의 밀도와 활성, 작물의 감수성 뿐만 아니고 이들에 큰 영향을 주는 환경 즉 재배에 관여하는 인간의 행위와 매우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토양병해는 말하자면 인간이 만든 병인 것이다.
그림 4. 토양병해 발생요인의 상호관계

마. 토양병해가 많이 발생하는 원리
오랜기간동안 그렇게도 다양한 방제노력을 기울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토양병해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고, 새로운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는가 그 원인을 생각해 보자. 최대의 원인이 연작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같은 작물과 숙주범위가 넓은 병원균에 의한 병해의 경우 병원균에 공통되는 숙주작물의 연작재배는 한번 재배할 때마다 작물을 침해하는 병원균의 토양속의 밀도를 증가시키고(그림 3에서 주인의 원이 커진다) 결국에는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게 된다. 이는 작물체에서 불어난 병원균이 작물의 시체와 함께 토양으로 환원, 축적되기 때문이다.
두번째의 원인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최근의 채소재배를 둘러싼 환경이 토양병해발생의 유인을 만들어내고 있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더구나 더욱 곤란한 것은 그 대부분이 산지조성을 위시하여 채소재배에 임하고 있는 농민 스스로의 행동(의사결정과 기술의 선택)과 대단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토양병해가 인간이 만들어내는 병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눈앞의 경제성과 생산성을 우선시하여 그 결과 토양병해문제는 산지붕괴라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때까지 시도해보지 않는 생산현장의 체질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세번째 요인으로는 토양병해의 방제는 다음에 열거한 바와 같이 공기 전염성 지상부 병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많은데도 그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하여 적절한 방제가 이워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수 있다.
1) 토양병해는 일단 발병하고 나면 고칠 방도가 없기 때문에 발생정도의 예측이나 모든 방제대책에 대해서는 작물을 심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2) 토양병해의 발생정도의 예측이나 거기에 상응하는 방제대책은 각 포장 단위로 세밀하게 세워야 한다. 3) 토양병해에 대한 약제방제는 일반적으로 대단히 아렵고 그 외의 방제기술도 한가지 방제기술로 효과를 내기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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